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보면
임신한 여고생이 등장한다.
상대는 같은 반 남학생이었다.
그 둘의 아버지는 철천지 원수 같은 사이다.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인 셈이다.
아버지들에게 그 둘은 하나뿐인 자식들이었다.
그 둘의 임신 사실을 들었을 때
아버지들은 극대노를 하였다.
임신한 여고생과 그 남학생은
아버지들의 반대와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들로 인해 힘들어한다.
그런 그녀에게 우울증을 앓던
어떤 길 가던 여자가 따뜻한 말을 전한다.
(아마도 배우 신민아가 맡았던
역할이었던 것 같다)
임신한 배를 보며 ‘축하한다’고 하면서
웃어 주는데, 그 말을 들은 여고생 역시
자신의 배를 감싸며 오랜만에 활짝 웃게 된다.
그렇다. 이건 축하받을 일이고,
기쁜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그녀의 안도하는 표정과 웃는 모습을 보며
그 한마디가 얼마나 힘이 되었을지
충분히 전해져 왔다.
그녀는 앞으로의 난관을 잘 극복해서
태어날 아이와 함께 살아갈 의지를
다지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대학교에 합격하고 입학 수속을 하러
갔을 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
엄마와 들뜬 마음에 입학처로 향하고 있었는데,
맞은편에서 낯선 누군가가 다가오더니
난데없이 "축하해요"라고 인사를 해주었다.
아마 그 대학교를 다니던 남학생이었던 것 같았는데,
난 기쁜 마음에 "감사합니다"라고 대답을 했다.
원하는 대학과 학과는 아니었어서
맘 속에 착잡한 기분이 있었는데,
일면식도 없는 이에게서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땐 참 기분이 좋았다.
나 역시 이때의 좋은 기억을 갖고
대학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
대학을 졸업한 지가 몇십 년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기억하는 걸 보면
그때의 기억이 참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그 사람은 알까?
자신이 했던 말을 지금까지 이렇게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뉴스를 보면 어둡고 스트레스를 받는 내용이 많지만,
따뜻한 사람들의 선행, 미담 얘기도 들려온다.
리어카를 힘겹게 몰고 가는 어르신을 도와드리고,
도로 한복판에 쏟아진 물건들을 함께 치우고,
쓰러진 사람을 보고 119에 전화하고 케어해 주고,
피해자를 대신해 뻉소니 차량을 끝까지 좇아가
신고해 주기도 하는 훈훈한 얘기들.
세상이란 그런 따뜻한 한마디와 행동들이
윤활유처럼 작용하면서 돌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람 인(人)"이라는 한자의 모양처럼
사람은 평생을 서로에게 의지하고 기대면서
살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필요한 순간에, 절박한 순간에
말 한마디, 작은 선행 하나를 건네었을 때,
어느 누군가에게 그날의 천사가 될 수 있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런 게 아닐까.
내가 오늘 누군가에게 건넨 따뜻한 한마디가
돌고 돌아 결국엔 내가 힘들 때 받게 되는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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